우리 아이 첫니 빠진 날의 기록. 2022.8.18. 오후 7시 34분.
독일은 보통 만 6세가 되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그리고 만 5세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취학 전 아동 그룹을 따로 만들어 한 주에 한두 번씩 그림 그리기, 만들기 등을 연습시킨다. 그래서 만 5세 아이들은 유치원반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연령이며 '곧' 학교에 갈 아이들이므로 자신들은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아주 '큰' 아이들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자신들이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보통 만 5세부터만 가질 수 있는 '흔들거리는 이 (Wackelzahn)'. 독일에는 '흔들거리는 이'라는 명사가 있다는 게 먼저 신기했다.
첫니가 흔들거리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흥분하기 시작한다.
한참 한국어 수업을 준비하고 있던 7월 10일.
아이가 급히 엄마를 외치며 2층으로 올라온다. 목소리가 고음인 것을 보니 다친것은 아닌 것 같고, 어려운 퍼즐을 끝까지 다 했나 생각했다. 아이는 자신이 뭔가 큰 일을 해냈다 생각하면 흥분하며 올라온다. 문을 열자마자 소리를 지르다시피 말한다.
"엄마 제 이가 흔들려요. 봐봐요. 여기, 이 아랫니가 흔들린다구요. 갑자기 느낌이 이상해서, '이게 뭐지?' 하고 생각하고 이를 만져봤는데 이가 이렇게 흔들렸어요."
어른 눈에는, 이게 뭐 그리 대단할까 마는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했다. 손가락으로 이를 흔들어도 보고, 혀로 밀어도 보며 잠시 거울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먹을 과일을 매 주마다 부모가 돌아가며 가져가는데 그 주는 우리 아이 차례였다. 유치원에 가는 길에 아빠와 잠시 마트에 들렀나 본데, 과일 계산을 하는 중에 아이가 직원한테 말하더란다.
"혹시 그거 아세요? 제 이가 흔들려요. 어제 저녁에 흔들리기 시작했고요, 아래에 있는 이예요."
유치원에서도 물론이다. 유치원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한테 가서 똑같은 말을 하는 걸 보니, 이가 흔들리는 것은 아이들에게 아주 큰 이벤트임에는 틀림이 없나 보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도록 이는 흔들리고만 있었다. 한 번씩 사과를 베어 물 때 더 흔들리는 것 같다고만 했다. 매일같이 이는 도대체 언제 빠지냐고 물었는데 생각지 못하게 이가 쑥 빠진 날이 왔다.
여느 다른 날과 다름없이 아빠와 양치를 하고 있었다. 전동칫솔로 윙 돌리는데 이가 쑥 밑으로 내려와서 아빠가 살짝 당기니 빠졌다고 했다.
나 같은 초보맘들을 위한 팁: 새로 나는 이는 사진처럼 살짝 뒤쪽에 나는 게 정상이라고 한다. 나도 엄마가 처음이다 보니 구글링을 좀 해야 했다.
독일도 영어권 나라처럼 tooth fairy (영어), Zahnfee (독일어), (한국어로는 요즘 '이빨요정'이라는 말을 쓴다고 들었다)가 있다. 빠진 이를 깨끗하게 씻어 베개 밑에 두고 자면 이빨요정이 와서 이를 가져가고 대신 동전을 하나 그 자리에 놓고 가는 것인데, 문화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자고 일어나 베개 밑에서 1유로 (1,366원) 동전을 발견한 아이는 아주 기뻐했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 생각해보라고 했더니,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단다. 잘 두었다가 그날 오후 마트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직접 계산했다. 물론 계산하는 언니한테 자랑스레 얘기했다.
"이건 제가 이빨 요정한테 받은 돈이에요. 왜냐하면 제 첫니가 빠졌거든요. 여기 보세요. 여기 아래요. 그래서 제가 그 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거예요."
고맙게도 그 젊은 언니는 아이의 재롱을 다 받아주고 리액션까지 해주었다. 이런 사람 독일에서는 그리 흔치 않다. :)
빠진 이를 소독하지 않으면 깨끗하게 오랫동안 보관할 수가 없다. 이를 소독하는 방법은 보통 두 가지 중에 하나인데, 먼저 과산화수소에 이를 푹 담기게 하루를 두는 법, 끓는 물에 소독하는 방법이 있다.
잘 자라 주는 것이 고마워 남기는 내 아이의 성장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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