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주말 재래시장
한국에서 살 때에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대형 마트에 가서 쇼핑을 했었다. 남편을 만나고 남편이 한국에 잠시 살면서 5일장을 같이 간 적이 있는데, 독일인인 남편은 한국의 5일장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때가 벌써 10년도 넘었으니까 지금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그 당시 5일장에는 먼저 따뜻한 인심이 있었다. 어느 아저씨는 파란 눈에 노란 머리를 가진 남편에게 막걸리 한 번 먹어보겠냐고, 당신 잔을 비워 내민 적도 있었고, 오이소박이를 먹어보려는 남편에게 매울 수 있으니, 물을 권하던 아주머니도 계셨다. 없는 것 말고는 다 있는 재래시장을 호떡 하나를 먹으며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제법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좋았다.
독일에도 한국의 정선, 횡성장처럼 유명한 장들이 있는데, 오늘은 집 근처에 내가 가는 독일의 주말 재래시장을 소개한다. 대부분의 독일장은 대충 이렇다고 보면 된다.
주말 시장은 보통 공간이 허락되는 시내의 한 구석이 아니라, 시내 중심가의 광장에서 열린다. 해를 경외하는 독일사람들은 날씨에 따라 그들의 움직임이 많이 좌우되는데, 오늘은 해도 나고 많이 춥지도 않아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한국 시장은 파라솔을 펴고 물건을 파는 상인들도 많지만 파라솔없이 쪼그리고 앉아서 일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다. 독일은 비가 자주 와서 그런지 어느 시장에 가도 저렇게 임시 천막이 있다. 위 사진처럼 빨간색과 흰색 줄무늬가 대표적인데, 그래서 아이들 장난감에도 밖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가게나 시장놀이에서 지붕은 저렇게 빨강+흰색 줄무늬이거나 혹은 파랑+흰색 줄무늬가 많다.
치즈, 소세지, 야채, 과일, 고기, 꽃, 빵, 생선, 옷, 커피까지가 기본이고, 가끔 꿀이나 향신료 등도 볼 수 있다. 독일 재래시장에서는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식자재를 살 수 있기에 슈퍼마켓보다 품목의 다양성에서 크게 뒤처짐에도 꾸준히 장을 찾는 사람이 많다.
당연한 점이지만 독일 재래시장에서는 흥정도, 한국에서의 따뜻한 인심도 없다. 책정된 가격에 원하면 사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다. 나는 이제 오히려 독일의 이런 똑 부러지는 문화가 더 편해졌다.
장이 열리는 시간도 조금 다르다. 상설 시장이 아니므로, 오전 일찍 6-7시에 장이 열리고 정오쯤 접기 시작한다. 그래서 11시쯤 가면 4-5시간 팔고 남은 식자재만 있는 격이니, 신선하고 좋은 제철 야채나 과일을 살 생각이면 일찍 가는 것이 좋다. 가격은 적당하다. 절약형 마트보다는 더 비씨고, 일반 큰 마트의 식자재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비싸다. 그럼에도 가격이 전부가 아니므로, 그리고 가격차이가 많이 나지 않으므로 독일 사람들에게 재래시장은 여전히 인기가 많은 편이다.
오늘 주말장에서는 다른 날보다 기분이 더 좋았다.
장이 열리는 광장에서는 바람이 불면 플라타너스 나무의 낙엽이 스르르 떨어지는 것이, 비 오고 추운 북독일의 가을 대신 한국의 천고마비의 계절 같은, 책을 읽으면 딱 좋을 것 같은 가을이라 좋았고, 그 광장에서 식자재를 팔며 부지런히,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좋았다.
그래도, 5일장에서 먹는 호떡 맛은 많이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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