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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교육

아우스빌둥 3년째 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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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스빌둥 3년째 해 후기

 

 

 

브레멘의 유아교육 아우스빌둥은 2년 과정을 마치면 '정부로부더 확인된 유치원교사',  3년째는 정부 인증의 해 (Anerkennungsjahr) 라고 해서, 다시 유치원에서 1년간 트레인을 받는다. 70-80프로의 급여를 받고 최소 주 20시간, 최대39시간 일할 수 있으며, 한 주에 한 번은 이 과정을 듣는 사람들의 모임을 참여해야 한다. 

 

 

 

그 모임의 목적은 우리의 최종 시험인 Kolloquium (구두시험)을 준비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실습생처럼 1년을 더 일해야 하는 것이고, 이 실습생들을 도와줄 담당 교사가 정해진다. 궁금한 점이 있을 경우, 도움이 필요한 경우, 아이들과 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을 경우 등, 실습생들은 이 담당 교사와  의견을 많이 교환하는 것이 좋다.

 

 

 

8월부터 1년간의 계약이 시작되고 10월이 되면 1년간의 계획을 4단계에 맞춰 담당교사와 함께 작성해서 브레멘의 담당 부서에 제출해야 한다. 이 계획서가 부실할 경우 재작성해야 한다.

 

 

 

그 후 6개월이 지나면 담당교사는 지난 반년에 대한 내 중간평가서를 작성해야 하고, 원장의 싸인, 내 싸인을 함께 받아 브레멘 담당 부서에 제출한다. 이 평가서에는 내가 6개월 동안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가 적혀있고 마지막 문단에는, "위와 같이 ....씨는 지난 6개월동안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했습니다."가 있어야 다음 6개월을 계획했던 대로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6개월이 지나면 담당교사는 다시 한 번 이 6개월에 대한 최종평가서를 작성해야 하고, 이 역시 통과해야 한다.

 

 

 

간혹 이 실습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원장과, 담당교사, 그리고 브레멘 유아부서 담당자와 함께 의논하여 이 실습생이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를 결정한다. 기회를 다시 한 번 주는 경우도 있고, 실습 기간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

 

 

 

6개월이 지나면 콜로키움(최종 구두시험)을 위한 리포트(10장) 작성을 준비한다. 보통 콜로키움은 이 리포트를 기본으로 깔고 진행된다고 하니, 자신이 콜로키움에서 있을 토론에서 어느정도 자신있게 주장을 펴나갈 수 있을 주제 중에서 직접 경험했던 1-3 테마를 골라 정해진 형식으로 작성해야 한다.

 

 

 

한 시험 감독관에 따르면 Eingewöhnung에 대한 리포트가 매년 꾸준히 가장 많다고 한다. 

 

 

 

나는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직장에서의 인종차별에 대한 경험을 주제로 정해, 어떤 경험이었는지, 이 경험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 나의 이 경험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끼친 영향은 무엇이었는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내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방향은 무엇인지 등을 적었다.

 

 

 

https://storiesingermany.tistory.com/entry/%EC%A7%81%EC%9E%A5%EB%82%B4-%EC%9D%B8%EC%A2%85%EC%B0%A8%EB%B3%84

 

직장내 인종차별

직장내 인종차별 호주에서 살다 독일인 남편을 만나 잠시 한국에 몇 년 살다가 다시 호주를 거쳐 독일에 정착한지 5년. 첫 6개월은 몸이 안 좋아 집에만 있었고, 그 후 1년은 독일어 배우는데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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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 대해 나는 자신이 있었다. 할 말도 많았고, 긴장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이 시험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최종 시험이기도 하지만, 이 시험에 떨어지면 6개월간 더 실습생으로 더 일해야 하고, 다시 한 번 리포트를 작성해야 하고 또 한 번 콜로키움을 봐야 한다. 이 말은 다시 한 번 다른 동료들과 같은 일을 하면서 적은 월급을 받아야 하고, 실습생 취급을 받아야 한다.

 

 

 

이 시험은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세 번째도 떨어지면 아우스빌둥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들었으나, 정확한 정보는 아니다. 더불어 시험에서 떨어지는 비율은 10프로라고. 생각보다 많았다.

 

 

 

2개월에 걸려 리포트 작성을 마친 후, 일주일에 한 번씩 가지는 모임을 이끄는 선생님에게 리포트를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음 모임에서 아주 좋은 피드백을 받고 다시 한 번 콜로키움 걱정은 안하기로 했다.

 

 

 

사실 내 걱정은 콜로키움이 아니라, 기본적인 언어 능력이었다. 2년째 도무지 느는 것 같지 않는..

 

 

 

그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는 모임(물론 그 날은 일하러 가지 않는다)에서 한 명씩 돌아가면서 모의 콜로키움을 했다. 실제처럼 한 사람씩 나와서 앞에 앉으면 다른 사람들이 질문 / 답변을 하고 필요에 따라 토의도 했었다. 

 

 

 

그 모의 콜로키움에서도 아주 좋은 피드백을 받았으니, 독일어가 여전히 걸리지만 시험 날짜가 잡힐 때까지 잊고 지내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6중 중순에 날짜가 잡혔고, 긴장하지 않을 줄 알았건만 대기실에서 30분 기다리는데 손에서 땀이 난다.

 

 

 

모의 콜로키움처럼, 지금까지 들었던 것처럼 리포트에 작성한 것을 읽은 그들(5명)이 이것에 대한 질문을 할 줄 알았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리포트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일반 이론에 대한 질문을 해댄다.

 

 

 

당황해서 더 독일어가 꼬였지만, 내가 하는 말을 이해는 하는 듯하니, 배운대로, 경험한대로 대답했다.

 

 

 

질문은: "아이들에게 애착은 왜 중요한가? 실수해도 괜찮은 이유가 무엇인가? 아이들과 나는 왜 서로간에 신뢰가 필요한가?" 등 이었다.

 

 

 

40분간의 구술시험이 끝나고 시험관들이 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동안 밖에서 10분간 대기했다. 다시 내 이름이 호명되고, 내가 들어가니 다들 무표정인데가 바로 발표를 안하고 한 템포를 쉰다.

 

 

 

'아, 떨어졌을 수도 있겠구나.'

 

 

 

그러더니 한 분이 얘기한다.

 

 

 

"아이들에 대한 당신의 태도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내가 말했다.

 

 

 

"그 말씀은 제가 합격했다는 말인거죠?"

 

 

 

하는데, 다들 표정이 환한 걸보니 대답을 안들어도 알겠다. 악-하고 소리질렀다. :)

 

 

 

그 날이 유치원에서 여름 페스트를 하는 날이어서, 콜로키움을 마치고 잠깐 쉬다가 유치원을 갔다. 갔더니 원장이 벌써 꽃다발을 준비했다가 건네주었다.

 

 

 

그게 더 고마웠던 건, 내가 시험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 결과를 알고 난 다음에 꽃다발을 사도 충분할 것을, 원장은 내가 당연히 합격할 것을 알고 있었다며 아침 출근길에 샀다고 한다.

 

 

 

그렇게 마음고생 한 바가지했던 3년이  다 지났다. 다시 하라면 절대 하지 않으리. 3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1년간 독일어를 더 배웠을 것이다. 그 후에도 바로 유아교육 아우스빌둥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를 너무 혹사시켰던, 그럼에도 결국 해냈던, 많은 경험과 잡생각과 자기 의심을 주고, 자꾸만 내려가려는 자존감을 붙잡으려 늘 노력해야만 했던 지긋지긋했던 3년.

 

 

 

고생한만큼 이제는 더 좋은 일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독어도 더 나아질 수 밖에 없을테고, 그 만큼 덜 예민해도, 조금 더 내려놔도 좋을 것 같다. 

 

 

 

거 봐, 할 수 있잖아.

 

 

 

 

최종 시험을 합격한 날 원장님께 받은 꽃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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