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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독일문화

독일의 어머니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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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어머니날

 

 

독일도 다른 나라들처럼 어머니날 (매년 5월 둘째 일요일), 아버지 날(매년 예수 승천일) 이 따로 있다. 올해 2022년은 5월 8일이 어머니날이었다.

 

 

 

한국의 어버이날을 생각하면 거리에 빨간 카네이션을 가슴에 단 어머니, 아버지들이 먼저 생각난다. 한국의 자식들은 부모님을 방문하여 작은 선물, 꽃다발, 용돈 등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독일에도 어머니날이 다가오면 선물업체들이 판촉을 하지만, 어머니날을 위해 지갑을 전혀 열지 않는 자식들이 더 많기에 선물업계도, 거리도 잠잠한 편이다.

 

 

 

왜 그럴까? 왜 독일의 자식들은 어머니날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

 

 

 

독일에서는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 문화이기에 어머니날도 '꼭 무언가를 해야 하는 날'로 여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독일 사람들이 전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 예로, 우리 독일 어머님이 말씀하시기를, 어머니에게 감사하는 날이 어머니 날이면, 일 년에 한 번인 어머니날에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1년 365일 동안 그런 마음을 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셨고,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이와 비슷한 말을 자주 들어왔다. 그러니, 어머니날이 그들에게는 크게 특별한 이유가 없나 보다. 어머님은 지금까지 어머니날을 5월의 한 일요일로 보냈다고 하셨다. 그래서 첫 몇 해는 나의 한국적인 정서로 조금 불편했지만 아무것도 안 챙겨 드렸다.

 

 

 

반면 한 아이의 어머니인 나를 위해 매년 남편과 아이가 이 날을 특별한 날로 만들어 주었고, 마치 두 번째 생일인 것처럼 행복한 날을 보냈기에 이런 남편을 키워주신 어머니, 우리 독일 어머니에게도 어머니날을 챙겨드리기로 마음을 바꿨다. 어머님은 물론 그 첫 몇 해동안 아무것도 안 받았다고 서운해 하시지도, 다른 자식에게 작은 무언가를 받았다고 크게 의미를 두시지도 않으셨다.

 

 

 

그런데 해가 지날수록 어머님이 변하신다. :)

 

 

 

이번 어머니날에는 어머님, 아버님 두 분을 초대해서 브런치를 같이 먹고 작은 선물을 드렸다. 꽃다발 하나, 초콜릿 하나, 샴페인을 작은 바구니에 담아 이쁘게 포장해서 식사 후 드렸더니 너무너무 좋아하신다.

 

 

 

지금껏 어머니 자신의 삶보다 자식들을 위해 어머니로 살지 않으셨냐고, 늘 감사하지만 오늘은 더 특별하게 감사의 마음 전하고 싶었다고 했더니 고맙다며 눈물까지 글썽이신다.

 

 

 

한국에서든 독일에서든 무언가를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작은 것일지라도 성의껏 해드리면 되는 것 같다. 꼭 어버이날 선물이 아니라 생일파티에서도, 혹은 다른 대소사에서도 딱 그 행사에 맞게만 하면 되지, 어떤 이유에서든 너무 잘하려고 하면, 그게 가족일지라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생기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내 입장에서는 일부러 더 신경 쓴 건데 안 알아주면, 한국 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지 '말이라도 수고했다, 고맙다 하는 게 어렵나' 하는 서운한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그냥 넘길 수 있는 성격이 못되어 이야기하면, '그래, 수고했다'라는 말을 들을 확률 반, '누가 너더러 그렇게나 하래?'라는 말을 들을 확률도 반이다. 게다가 수고했단 말을 들어도, 엎드려 절 받는 것 같아 기분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 내 마음이 편할 정도까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코멘트들을 기대 안 하는 선에서 챙겨주는 것이 현명한 것 같다.

 

 

 

내가 한 아이의 엄마인지라, 그리고 나도 엄마가 처음인지라 양육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아이를 키웠던 지난 5년을 돌아보면 잘못한 것들이 떠올라 마음이 안 좋을 때가 많지만, 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감격스러울 때가 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 뿐, 아이에게 뭔가를 기대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다.

 

 

 

아이가 더 커서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 어머니날을 챙기고 내 생각을 해준다면 고마운 거지,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자식이니 부모에게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이는 부모의 선택으로 이 세상에 왔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부모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잘' 키울 의무가 있지 않을까? 그럼 성인이 된 후에는? 그다음은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식들 몫이지 부모 몫이 아니다. 

 

 

독일의 5월. 올해는 어머니날에 날씨가 너무 좋았다.

 

 

 

사랑합니다. 한국에 계신 우리 어머니.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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