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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눈 내린 날
한번씩 날리긴 하지만, 쌓이도록 내리는 눈은 추운 북독일에서도 드물다. 다섯번의 겨울을 보내는 지금까지 딱 두 번만 쌓이도록 눈이 내렸는데, 그 두 번째가 지난 주, 3월 중순. 공식적인 봄이 코 앞이라, 이번에도 눈 놀이를 못하겠구나 했는데, 지난 주 내내 눈이 꽤 내렸다.
내가 어렸을 때 그랬듯, 눈이 쌓이면 아이는 신난다. 썰매도 탈 수 있고, 눈싸움도 할 수 있으며 눈 사람도 만들 수 있다.
동네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같이 눈을 뭉쳐 던지고, 서로 밀어가며 썰매를 타는 모습을 보니,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것 같다.
활짝 핀 개나리 위에 쌓인 눈도 이쁘고, 출근 길 내내 미끄러질까 봐 천천히 걸어야했지만, 눈이 있는 겨울은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독일 겨울의 특징이다. 눈이 아니었으면, 독일 겨울은 내게 너무 길고, 춥고, 캄캄하며, 우울하다.
한 주가 지난 지금은 공식적인 봄이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사이 과실 나무의 꽃도 흐드러지게 피었고 연두빛 새싹도 많이 올라와 있다. 우리 정원에는 작년 겨울이 오기 전 아이와 심었던 양파형 튤립과 꽃들이 하나 둘씩 피는 걸 보니 겨울이 가긴 하나보다.
다른 건 한국이 다 부러워도, 독일에서의 맞는 봄만큼은 겨울이 길고 추웠던 만큼 더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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