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등불 행진 (Laternenfest)
"나는 내 등불과 함께, 내 등불은 나와 함께 걸어요.
저 위에는 별들이 빛나고 아래에는 우리가 빛나죠.
닭이 울고 고양이가 우네요.
라비멜, 라바멜, 라붐"
('나는 내 등불과 함께 걸어요'라는 등불 노래)
지난번 가을에 대한 포스트에서 언급했듯, 독일에서의 등불 행진은 가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행사이다. 10월 말 서머타임이 끝나고 일찍 어두워지면 북독일에서는 거리나 공원에서 몇몇 아이들이 등불을 들고 노래를 부르며 걷는 것을 볼 수 있다.
독일의 가을과 가을에 할 수 있는 유아 활동들
독일의 가을과 가을에 할 수 있는 유아 활동들 독일의 가을은 공식적으로 9월 23일에 시작해 12월 21에 끝난다. 북독일은 일 년 내내 비가 많이 내리는 편이지만 그나마 여름에는 따뜻하거나 더운
storiesingermany.tistory.com
등불 행진은 성 마틴 (성 마르티노)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되었는데, 북 독일에서는 성 마틴을 기념하는 행사라기 보다 가을이 오고 해가 일찍 저물면 으레 하는 어린이들의 작은 축제로 여긴다. 독일의 다른 지역에서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다 같이 행진을 한 후 모닥불 주위에 모여 프리첼을 먹고 추위에 헐벗은 거지에게 자신의 외투를 잘라 주었다는 성 마틴의 선행을 재현한다고 한다.
등불행진은 10월 중순에 있는 가을 방학(2주)이 끝나면 시작되는 유치원행사이기도 하다. 유치원에서는 매년 가을 아이들과 랜턴을 함께 만들고 부모님을 초대해 유치원 선생님들과 학부모, 그리고 아이들이 다 같이 등불 노래를 부르며 동네를 한 바퀴 돈다.
우리 가족도 늘 참여하던 유치원 행사인데 올해는 아이가 아팠던 바람에 행진에 참여하지 못해 대신 주말 오후 집에서 모닥불도 피우고 등불 행진도 하기로 했다. 행진하러 나가기 전 모닥불을 피운다고 하니 아빠는 스톡 브롯을, 아이는 마시멜로우를 구워 먹자고 한다.
올여름에 가족캠핑을 갔었는데, 캠핑장에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장소와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어 거기서 만난 다른 가족들과 함께 마시멜로우를 구워 먹었었다. 아이가 처음 먹어보는 마시멜로우, 낯설지만 따뜻하게 다가왔던 사람들, 아빠와 함께 지핀 모닥불까지 그 여름의 기억이 좋았나 보다. 아빠와 아이의 의견을 모두 반영해 먼저 스톡 브롯을 먹고 나서 마시멜로우를 구워 먹기로 했다.
https://storiesingermany.tistory.com/entry/%EB%8F%85%EC%9D%BC-%EC%BA%A0%ED%95%91
독일 캠핑
독일 캠핑 1년의 휴가 34일 중에 7월 마지막 주부터 8월 둘째 주까지 3주/15일의 강제휴가(방학)를 받았다. 아이도 유치원 방학을 했고, 코로나 규제도 많이 풀렸으니 어디론가 떠났으면 좋으련만,
storiesingermany.tistory.com
아빠와 아이가 정원 뒷편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는 동안 불에 구워 먹을 스톡 브롯 (Stockbrot) 반죽을 준비했다. 스톡 (막대기) + 브롯(빵) 은 이름처럼 막대기에 빵 반죽을 끼워 모닥불에 구워 먹는데, 유치원, 학교 혹은 가족 행사에서도 야외활동으로 종종 하곤 한다.
스톡 브롯은 이스트를 넣어 만들면 더 맛있지만, 그러면 반죽이 완성되는데 1시간 정도가 걸리므로 준비가 안된 대로, 급한 대로 이스트 없이 후딱 만들기로 했다. 이스트가 없어도, 마당에서 구워 먹는 삼겹살 맛이 늘 먹는 밥상에서 먹는 삼겹살보다 훨씬 맛있듯, 밖에서 한 번씩 별미로 먹기에는 충분하다.
스톡브롯(Stockbrot) 재료 밀가루: 250g 베이킹파우더: 2 티스푼 소금: 1 티스푼 물: 125ml 올리브오일: 1 스푼 로즈메리: 1 티스푼 (옵션) |
정원에 있었던 걸 깜빡하고 대형마트에 파는 마른 로즈메리를 넣었는데, 역시나 향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 로즈메리가 있으면 먼저 깨끗하게 씻은 후 아주 잘게 잘라 취향에 따라 반 티스푼에서 한 티스푼 정도 넣으면 된다.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마른 재료인 밀가루와 베이킹 파우더, 그리고 소금은 볼에 넣고 잘 섞은 후 물과 올리브 오일을 넣고 5-10분간 치대면 된다. 손에 반죽이 안 붙을 정도가 되면 준비가 끝난 것이다.
반죽을 나누어서 막대기에 돌돌 감아 모닥불 위에서 돌려가면서 황금색이 될 때까지 구우면 되는데, 이 시간에 어른들은 보통은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운다. 빵이 끼워진 막대기를 불 위에 서서 잠깐 들고 있다가 지루해진 아이는 손전등을 가져와 가을밤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빵이 조금씩 부풀어 오르면, 그때부터 방향을 돌려가면서 구워야 한다.
빵을 먹고, 마시멜로우도 먹고나니, 아이가 이제 들어가잔다. 그럼 제일 중요한 등불행진은? :(
모닥불 피우는 재미가 있었고, 빵과 마시멜로우를 구워 먹는 재미도 있었으니 그리고 무엇보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이걸로 충분하다.
* 제 포스팅이 도움이 되었다면, 하트 꾹, 광고 꾹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일상생활 > 독일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에 하나씩 열어보는 재미, 어드벤트 캘린더 (0) | 2022.12.04 |
---|---|
일요일마다 하나씩 켜지는 촛불, 어드벤트크란츠/크리스마스 리스 (2) | 2022.11.28 |
독일에서 아이 생일에 초대받으면.. (0) | 2022.09.11 |
독일 세례식 (0) | 2022.09.11 |
독일 보드게임 (2) | 2022.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