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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독일 법원 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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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관할권을 가진 브레멘의 한 하위법원(가정법원 역할 포함, 다양한 법률 문제를 다룸)

 

 

 

독일 법원 출석

 

 

 

작년 11월 말에 교통사고가 났고, 그 후 트라우마로 8개월 동안 운전대를 잡지 못했으며, 겨우 조금씩 가까운 곳은 운전하기 시작했는데 법원에서 출석 요청 우편이 도착했다.

 

 

 

이 일은 잊고 싶었는데, 자세히 기억하면 아직 남아있는 트라우마가 더 심해질 것 같아 덮어두고 싶었건만...

 

 

 

우편물에는 그 날 가해자가 재판을 받으니 나는 피해자지만 목격자로서 출석을 해야 한다며, 출석을 하지 않으면 최대 1,000유로를 내야 한다고 적혀있었다. 이 번에도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

 

 

 

법원에 도착해서 몇 시 테어민을 위해 왔다고 말을 하고 받은 우편물을 보여주었다. 그러고나니 마치 공항에서 수하물 보내듯, 내가 가진 모든 물건과 가방, 자켓, 주머니에 있는 것들까지 바구니에 넣어 벨트에 보내 철처히 검사했다.

 

 

 

그리고 나서 재판이 열리는 곳에 10분 일찍 도착해서 들어갔더니, 벌써 재판이 다 끝났단다. 이건 또 뭐.. 꼭 가야 한대서 중요한 일도 못보고 여기 왔는데.

 

 

 

들어가서 앉자마자, 재판이 끝나 판결을 내릴테니 다 일어나란다. 가해자는 변호사과 함께 왔었고, 200유로를 범칙금으로 내는데 이의가 있냐고 했더니, 그녀의 변호사가 없다고 답했다. 그렇게 땅땅땅!

 

 

 

내가 운전하다 보행자를 못보고 사고를 냈다면 어땠을까..200유로 내면 끝인건가. 피해자 주치의는 이 트라우마로 정신과 상담을 권했는데, 트라우마를 이겨내려는 노력에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지 모르는데..

 

 

 

재판이 끝나고 나니, 운전했던 그녀가 나한테 다가왔다. 와서는, 정말 미안했다고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이제라도 이렇게 사과하니 정말 좋고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그랬더니 지난번부터 사과하고 싶었으나 내 연락처를 몰랐다고 했다. 사고 후에 괜찮았냐고 묻길래, 한동안 트라우마로 운전을 못했다고 했더니, 이해한다고 다시 한 번 미안하다고 한다. 내가 답했다:

 

 

 

괜찮아요.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그제서야 그녀는 희미한 웃음을 지었고, 나도 중요한 약속까지 포기했던 재판보다 이 사과를 받아 마음이 한결 좋아졌다. 이를 위해 그 날 나는 법원을 갔나보다..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원하는대로만 살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미래가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 산다는 건 다 그런거야 누구나 알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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